
새로운 식습관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전에, 내가 그 동안 어떻게 먹고 살았는 지 먼저 정리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는 이미 독립한 지 10년이 넘었고, 그 사이 2년 동안은 미국과 영국에서 유학을 했으며, 대부분의 직장 생활은 야근과 출장이 많은 업에서 일했던 지라 ‘집밥’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렸을 때 부터 요리를 좋아했기 때문에,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관심은 항상 있어 왔다. 본격적인 요리를 시작하게 된 것은 대학원 유학 시절로, 살인적인 물가로 악명 높은 뉴욕과 런던에서 공부했기에 매 끼 나가서 사 먹는 것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었다. 또한 패스트 푸드나 기름진 음식, 맵고 짜고 달고 느끼한 음식을 그리 즐겨먹지 않기 때문에 테이크 아웃이나 배달 음식도 별로 선호하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집에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고, 나의 주 메뉴는 팬케이크과 파스타였다.
팬케이크과 파스타는 상대적으로 만들기가 쉬우면서도, 일품 요리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게다가 밖에서 사 먹는 것 대비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가 있어 나의 니즈에 잘 부합하는 메뉴였다. 한식을 외국에서 요리하려면, 필요한 ‘갖은 양념’ 및 식재료를 구입하는 것만으로도 외식 대비 돈이 훨씬 많이 들고, 여러가지 반찬이 없으면 초라하게 느껴지는 한식의 특성상, 몇 가지를 갖추어 놓으려면 시간 또는 돈 (혹은 둘 다)이 많이 들어간다. 따라서, 시간과 돈을 절약하고 싶은 혼자 사는 유학생에게 적절한 메뉴는 팬케잌과 파스타 정도였다.
특히 미국이나 영국은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 면과 토마토 캔, 안초비, 올리브유, 바질 등 파스타의 기본 재료를 쉽고 저렴하게 구할 수 있어 한국에서 파스타를 만드는 것 대비 훨씬 가성비 높은 요리가 가능하고, 다양한 팬케이크 믹스를 시중에서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어설픈 식당에서 외식을 하느니 집에서 해 먹는 편이 훨씬 나은 이점이 있었다.
이러한 생활이 가능했던 또 다른 이유 (혹은 더 중요한 이유)는 내가 밀가루를 매우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밥이나 고기를 먹지 않고 살 수는 있어도, 밀가루 없이는 못 산다고 할 만큼 내 식생활의 대부분은 밀가루 기반의 음식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팬케잌, 파스타 뿐만 아니라 빵 (특히, 바게트가 깡빠뉴 같은 bread 종류), 소바/냉면/우동 등 다른 면류도 좋아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탄수화물이 주 에너지원이었다.
반면, 육고기는 별로 즐겨 먹지는 않았는데, 고기를 먹고 난 이후엔 소화가 잘 안되고 더부룩한 느낌이 있었다. 또한 직장 생활에서 고기 = 소주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고기를 구워 먹는 회식 자체가 스트레스로 인식되서 인지 20대 중반에 한동안 (약 6개월 정도) 소고기/돼지고기/가공육 등을 일절 먹지 않은 적도 있었다. 단백질은 주로 생선과 닭고기로 섭취했고, 오히려 몸이 개운한 느낌이 들어서 그 이후에도 육류(특히 소고기)는 일부러 찾아 먹게 되지는 않는 메뉴가 되었다.
유학에서 돌아와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는 나의 요리 생활이 점점 더 꽃을 피워, 팬케잌을 믹스를 쓰지 않고 직접 반죽을 만들어 굽기 시작했고, 파스타의 메뉴도 훨씬 다양해 졌다. 바질을 직접 길러 바질 페스토를 만들고, 깻잎, 참나무 등으로도 페스토를 만들어 먹는 등 응용력이 점점 늘어났고 (이런 메뉴들도 향후 레시피를 정리해 보려 한다), 꼬꼬뱅이나 대구 블랑다드, 대구 파피요트 등 메인 요리 메뉴들까지 범위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언젠가 팬케잌 가게나 작은 비스트로 같은 것을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하면서…^^
주중의 극심한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를, 주말마다 새로운 메뉴에 도전하고 친구들을 초대해 와인과 함께 즐기는 낙으로 해소했던 것 같다.
특히, 팬케이크에 대한 나의 자부심은 꽤 높은 편인데 (지금도 서울시내 왠만한 브런치 가게보다는 맛있게 만들 수 있다고 자부한다), 미래의 언젠가 팬케이크 가게를 내겠다며 “Boonana Pancakes”이라는 브랜드도 생각해 두었다. “Boonana” 이름의 기원은 유학시절 구입했던 ‘건강식’ 팬케이크 믹스가 너무 건강한 맛이어서 (단 것을 별로 즐기지 않는 나에게 조차.. 너무 건강한 맛이었다..), 그 위에 바나나를 얹어 함께 구워 먹기 시작하면서 였다. 지인이 나의 페이스북 포스팅을 보고, 내 이름의 “Boon”과 Banana를 합성하여 “Boonana”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고, 이때부터 내가 만든 요리에 붙이는 브랜드로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WordPress (이곳!)와 페이스북에 “Boonana Cafe” 라는 페이지를 만들어 두기도 하였다. 다양한 팬케이크/파스타 레시피와 다른 요리들, 내가 나름 터득한 요령 등을 정리해 나갈 심산이었으나.. 게으름을 핑계로, (나름 글로벌 시장을 타겟하겠다며) 영어 페이지로 쓰다 보니 글쓰는 속도도 더뎌서, 아직 본격적인 글쓰기는 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내가 직접 만든 무화과 레드와인 콩포트와 팬케이크; 무화과 콩포트의 시럽과 바닐라 아이스크림으로 토핑하였다. (무화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 중 하나로, 나중에 이를 응용한 메뉴에 대해서도 쓸 계획이다)
식이 조절을 시작한 2017년에는 거의 팬케이크를 만들지 않았다. (친구가 먹고 싶다고 해서 만들어 준 것 외에는, 내가 먹기 위해 만들진 않았던 듯)












